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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받는 제품 리뷰

소니 링크버즈 (84일차)

by 달성 2022. 6. 2.

몇 달 전 옆집에 이사가 왔다. 그리고는 이사온 지 이튿날부터 지속적으로 아주 조금만 스피커의 소리를 높이거나 TV 볼륨을 키워도 초인종을 누르고 조용히 해달라고 컴플레인을 해댔다. 어쩔 수 없이 돈을 들여 옆집과 맞닿아 있는 벽에 방음공사를 하고 최대한 소리를 낮추어 조심하며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또다시 초인종을 누르고 조용히 해달라고 하길래, 일부러 집에 TV 소리를 평소보다 조금 더 키우고, 사운드바에 음악까지 튼 다음에 옆집 사는 여자와 함께 옆집에 가서 소리를 확인해 보았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벽에 귀를 대고 집중해서 들어 보았다. 아주 희미하게 웅웅 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정도로 컴플레인을? 우리 집 베란다에서 빨래를 말리기 위해 사용하는 제습기 소리도 시끄럽단다. 그래서 베란다 쪽으로 가서 벽에 귀를 대 보았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때서야 알아챘다. '아 이거 미친년이구나!'

나중에 경비실에 물어보니 경비원 분들도 이 사람 때문에 죽을 맛이란다. 온 동네가 이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참다참다 한 번은 면전에 대놓고 세차게 지랄을 했다. "나도 윗집이나 옆집에서 나는 소음이 가끔 들려요. 그래도 그냥 참고 사는 겁니다. 원래 공동주택 사는 게 그런 데다가 분당에 90년대 날림공사로 지은 복도식 아파트에서 무얼 바라는 겁니까? 그렇게 조용한 곳이 좋으면 공동주택에 살면 안되지 않나요?"라고. 그랬더니 이전 아파트에서도 이런 문제로 분쟁이 잦아서 나왔다고 실토하면서 미안하다더군. 그 뒤로는 조용해졌다.

그 후 집에서는 계속 이어폰과 헤드폰을 끼고 생활한다. 아무리 미친 년이라고는 해도 일단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성격 때문이다. 그런데 이어폰을 오래 끼고 있으면 외이도염이 온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총 5개의 OTT 서비스를 구독하고 시리즈들을 정주행 하다 보니 외이도염이 왔다. 병원에서는 헤드폰 사용을 권하였지만 국내에 보기 드문 대두라서 헤드폰이 머리에 꽉 끼거나 요다처럼 보여서 좋아하지 않는다. TV는 봐야겠고 방법이 없을까 찾다가 구멍이 뚫린 신기한 이어폰을 발견했다.

소니 링크버즈 - 구멍이 뚫려 있어 귀 안에 공기소통이 되고 이어버드가 귀 안쪽과 직접 접촉하는 면적이 거의 없어서 염증을 예방할 것이라 기대했으나...


1. 타 이어폰 대비 재생시간이 짧은 게 단점이지만 퀵차지를 지원해서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사운드도 별로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치고는 괜찮은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2. 이어팁이 귀구녕 안으로 들어가지가 않아서 염증예방에는 좋을 것으로 기대되나 그만큼 귀에서 잘 빠진다. 혹 엄마 말 안 듣고 밖으로 싸돌아 다니다가 잃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3. 맥, 아이폰, 아이패드, LG 그램과는 연결이 잘 되었다. 하지만 삼성 스마트 TV와는 블루투스 연결이 좋지 않았다. 계속 왼쪽 이어 버드에서 주기적으로 아주 미세한 노이즈가 발생한다. 삼성 스마트 TV에 내장된 블루투스 송신기가 다른 전자기기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인 것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같은 블루투스 기기를 쓰더라도 맥, 아이폰, 아이패드, LG 그램보다 삼성 TV의 송신 거리가 현격히 짧았다. 삼성 TV와 다른 2개의 소니 헤드폰/이어폰과도 연결해 사용해 보았으나 다른 2개의 소니 헤드폰/이어폰은 노이즈가 없는 반면 유독 링크버즈만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도 미세한 노이즈가 발생했다. 문제가 뭔지 정확하지는 않으나 삼성TV의 블루투스 송신기가 저품질인데다 링크버즈의 블루투스 수신부 또한 저품질일 것이라 짐작한다. 사실 이 이어폰을 음악 감상이나 운동이나 통화의 용도가 아니라 OTT 정주행용으로 사서 계속 TV와 연결해서 쓰려고 샀는데 난감하다.
4. 바깥 소리가 아주 생생하게 들릴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에어팟 3세대보다 약간 나은 정도이다. 아마 도너츠 모양의 구멍 뚫린 부분이 귀구멍과 일자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 아래 사진과 같이 귀에 파묻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외이도염 예방에 과연 약간이라도 도움이 될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구멍 뚫린 부분이 귀에서 완전히 오픈되어 있지 못하고 약간은 파묻혀 있게 된다.

5. 가격은 또 더럽게 비싸다. 220,000 원 정도 하니까 이 돈이면 에어팟 3세대를 사는 게 아이폰 유저에게는 현명한 처사이다.
6. 결론적으로 실패작이다. 하여튼 다른 전자기기를 사용하다 보면 뜬금없이 애플 제품들의 완성도에 감탄하게 된다. 타 회사의 제품들은 어딘가 조금씩 불편하거나 예상치도 않았던 마이너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애플의 경우 그런 경우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타 회사들은 아마도 다양한 최악의 사용 환경에 대한 충분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제품을 출시하는 듯하다. 삼성전자는 당장 스마트 TV에 내장된 블루투스 송신부의 품질부터 개선하라!

- 6월 1일 최신 firmware update 후에 미세한 노이즈는 사라졌으나 tv와 블루투스 연결이 더 안 좋아지고 왼쪽과 오른쪽 이어버드의 소리가 동시에 나오지 않고 분리되어 나옴. 오른쪽 이어버드 소리가 왼쪽 이어버드 소리보다 0.1초 정도 느리게 나옴. 계속 듣다보면 미칠 거 같음.
- 6월 9일 쿠팡에 제품을 반품 후 다른 제품으로 받아서 다시 연결해 보았으나 똑같은 문제 발생. 제품 자체의 결함이 확실함. 근래 보기 드문 엉망인 제품. 반품함. 반품이 용이한 쿠팡에서 사서 천만다행임.

도대체 얼마나 많은 유튜버나 블로거들에게 돈을 뿌렸길래 이 제품의 엿같은 사용성에 대해 단 한 글자도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일까?




준비운동 OK
플랭크 OK
악력기 OK
스쿼트 OK
팔굽혀펴기 OK
슬로우 버피 NO (무릎 아파서)
만보 걷기 OK
16:8 간헐적 단식 OK

우삼겹 짜파게티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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