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체와 Match/TV 프로그램

나의 해방일지에 관한 단상 (43일차)

by 달성 2022. 4. 22.

연기를 한다는 건 TV 앞에 앉아 있는 관객을 설득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과 전달하고자 하는 말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라고 관객을 납득시키는 행위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드문 표현이거나 실생활에선 사용하지 않을 법한 문어적 표현이거나 듣기에 간지러울 수 있는 글이 배우의 입을 통해 말로 바뀌는 순간 설득이 되는 경우가 있다. 딱 '나의 아저씨'에서의 아이유 이지은의 연기가 그랬다. 전혀 현실에서의 인간에게서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대사가 이지은이 말로 내뱉는 순간 '아! 그렇지. 저 상황에선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 수긍하고 감탄하게 되었다. 혹시 이지은이라는 개인은 그녀가 가진 인기와 부/명예/스타성과는 별개로 이지안처럼 내면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고 겨우 일상의 무게를 버티고 있는 우울한 인간이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이지은의 연기는 탁월했다. 이선균이야 말할 것도 없고 송새벽도 그랬고 하다 못해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표가 붙은 권나라까지, 거기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들의 연기에 설득당했다. 박해영의 대본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고 간혹 사람의 입 밖으로 나올 거라고 생각하기엔 다소 문어적이거나 현학적인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김원석 감독과 베테랑 배우들은 조금만 삐끗하면 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불안한 대사들을 일상적인 언어인가 싶을 정도로 찰떡같이 소화해 냈다. 그래서 누군가 인생 드라마가 뭐냐고 물을 때 나는 주저 없이 '나의 아저씨'라고 대답한다.

 

나의 해방일지 4화 엔딩장면

 

박해영 작가가 새 드라마를 만들었다. 이전 김원석 감독이 아닌 김석윤 감독인데 뭐 '눈이 부시게'를 연출한 감독이니 그의 연출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또다시 주인공들은 상처를 가득 안고 살아가지만 담대하고, 타인과의 관계가 불편하지만 사랑에 목말라 있고, 친절하지 않은 얼굴로 따뜻한 말을 툭하고 뱉어낸다는 점에서 나의 아저씨와 닮았다. 무표정 연기의 대가 손석구는 이지안을 닮았고 무채색의 연기도 썩 잘 어울리는 김지원은 박동훈을 닮았다.

 

국내 드라마엔 아직도 순수하고 온순한데 올곧기까지 한 재벌 2~3세들이 나와서 평범한 아가씨와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재벌을 등장시켜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지 않냐는 헛소리를 해대며 불륜과 막장으로 치닫는 게 트렌드다. 재벌들의 이야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모르겠다. 그들이 얼마나 안하무인이며 못 배워 처먹었는지 다들 모르는 건가? 그건 개개인의 본성이나 가정교육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과 같은 위치에 있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그들처럼 변하게 될 거라 확신한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그들이 가진 돈에서 겸손해질 수 있는데 그것 마저도 스스로가 그 부를 이루었을 때만이 가능한 일이지 엄청난 부를 단순히 물려받은 이들에게서 그런 예상외의 순박함과 반전 매력의 올곧은 인품은 기대하기 어렵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모두 재벌 2~3세들인데 그들이 '알고 보면 좋은 인간'이기를 바란다는 건 윤석열 정부에게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이다. 아! 물론 LG, GS, LS 그룹 이 세 기업은 예외다. 그들은 타고난 성품들이 그러한 건지 아니면 특별한 자녀 교육법이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아마 둘 다 겠지?) 재벌 2~3세들임에도 불구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는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멋진 재벌들이다. 

 

아직 4화까지 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명작이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나의 아저씨의 동어반복이라도 좋다. 우리에겐 재벌에 대한 판타지가 아닌 대부분의 고단하고 상처 입은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깃든 드라마가 필요하다.

 

 

 

 

준비운동 OK
플랭크 OK
악력기 OK
스쿼트 OK
팔굽혀펴기 OK
슬로우 버피 OK
만보 걷기 OK
16:8 간헐적 단식 OK

 

 

된장찌개
된장찌개 + 방울 토마토

 

핫식스

 

 

안정적으로 97Kg대 유지. 43일만에 7Kg을 뺀 거면 괜찮은 속도인가?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