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춘(나 미쓰 춘향이오! 의 준말) 윤태진의 팬이다. 실은 국내 축구 중계의 최고봉이자 독립유공자의 후손인 배뚠뚠 배성재의 팬이었으나 SBS가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놓친 이후로 배뚠뚠은 라디오로 기어 들어갔고, 그렇게 만들어진 배성재의 텐을 즐겨 듣다가 배텐 개국공신이며 뛰어난 순발력과 애교(+미모)를 지닌 나미춘 윤태진에게 스며들었다. 골 때리는 그녀들도 시즌2가 되고 FC 아나콘다에 윤태진이 나오면서부터 챙겨보게 되었지. 여자들이 축구를?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남자들이 군대 얘기랑 축구 얘기하는 것 아니었나? 남자들이 웨지힐이니, 스틸리토니, 펌프스니 하는 것에 대해 문외한인 것처럼 여자들은 오프사이드나 프리킥이 뭔지도 모르는 거 아녀? 그런데 여자들이 축구를 한다. 그것도 자신들이 가진 온 힘을 다해서. - 경기 전 출연자들은 다들 풀메이크업으로 '뽀샤시'하게 등장하지만, 경기를 뛰고 나면 머리는 산발에 화장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피골이 상접한 소년(?)들의 얼굴이 되어 있다. 또 윤태진의 경우 배텐에서의 러블리한 나미춘은 온데간데없고 이 프로그램에선 항상 초집중하거나 진지한 모습으로만 나온다. 진지충! - 물론 잘하는 건 아니다. 시골 초등학교 축구부 수준도 안되는데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있다.
'뭉쳐야 찬다'라는 다른 종류의 축구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운동선수 출신 배 나온 은퇴한 아저씨들이 나와서 숨을 헐떡이며 축구를 한다는 콘셉트의 시즌1은 꽤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막 은퇴한 몸 좋고 체력 만땅의 젊은 운동선수 출신 출연진들로 구성하여 본격적으로 진짜 같은 축구를 보여주기 시작하자 묘하게도 시청률은 곤두박질쳤다. 사람들은 예능에서 굳이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전문가처럼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는 관심이 없다. 아마추어는 아마추어다운 게 좋다. 볼 잘 차는 걸 보려면 프리미어리그나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특히 FC 리버풀이란 팀)를 보면 된다.
골때녀의 장점은 모두가 모두를 응원한다는 점이다. 실제 프로축구에서 축구는 전쟁이고 상대는 깨부수어야 할 적이지 동지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때로는 상대의 다리를 으스러뜨릴 수 있을 정도의 거친 파울을 하기도 하고 적의 멘탈을 흔들기 위해 상대의 실수를 면전에서 대놓고 능욕하기도 한다. 큰돈이 걸린 판이기 때문에 자신과 팀의 몫을 더 챙기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의 야만성까지 깨워야 할 정도로 신사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스포츠이다. 하지만 골때녀는 아마추어 특유의 여유로움이 있다고나 할까? 넘어진 상대를 위로하고 선수들은 끊임없이 상대방이 괜찮은지를 묻고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경기를 한다. 경기를 할 때는 모두 죽기 살기로 뛰어다니지만 승부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편 가르지 않고 다들 다치지 않기를 바라며 때론 눈물 흘리면서 서로의 승리와 안녕을 기원해 준다. 시청자들은 예쁘고 친숙한 연예인들이 초보적인 축구실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을 통해 희열을 느끼고 승패를 떠나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에 마음을 뺏긴다. 애초에 골때녀 합류 전부터 실력이 탁월했던 송소희나 오나미는 남들보다 축구실력이 월등하기는 하지만, 그들이 그 실력에 이르는 과정은 보이지 않음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함께인 것이 중요한 것이고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제작진도 경기의 승패보다는 출연자들의 훈련 과정을 보여주는 것에 조금 더 신경써야 하지 않나 싶다.
1990년대 이상민, 우지원, 문경은, 서장훈이 함께 뛰던 연세대 농구부의 최전성기 시절에 최희암 감독이 선수들에게 항상 했던 말이 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마라. 너희들은 스스로를 대단하다고 여기겠지만 사실 너희들이 하는 일은 볼펜 하나 만들지 못하는 그저 공놀이일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너희들에게 왜 열광하며 큰 돈을 주는 걸까? 그건 모두 팬이 있기 때문이다. 팬들에게 잘해라."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한 마디 해주고 싶다. 이 프로그램이 당신들의 연예인 커리어에 아주 큰 기회라는 것도 알고 당신들에겐 축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순수한 마음도 함께 있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축구는 어떤 면에선 그저 단순한 공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제발 몸 사려가면서 해라. 중/고등학교 때 사내아이들의 몸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회복력이 좋아서 아무리 크게 다쳐도 금방 회복하는 경향이 있지만 당신들은 이미 중년이거나 중년에 가까워지고 있는 나이의 여자들이다. 그러니 모든 선수들. Be safe.
그리고 무엇보다 윤태진 화이팅!
준비운동 | OK |
플랭크 | OK |
악력기 | OK |
스쿼트 | OK |
팔굽혀펴기 | OK |
슬로우 버피 | OK |
만보 걷기 | OK |
16:8 간헐적 단식 | O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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