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오른쪽 목에 작고 이상한 혹 같은 게 생겨서 분당 서울대 병원에 가서 별 희한한 검사들을 더럽게 비싸게 주고 두 달에 걸쳐서 받았더니 결론적으로 암이라거나 갑상선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혹에 무언가 찐득한 액체가 차 있는데 의사들도 그 정체를 꺼내서 볼 때까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수술을 통해 제거를 하면 되지만 수술 후 목에 5 cm 정도의 흉터가 생기게 된다고 했다. 당시 의사는 목에 혹이 있는 게 미용상 문제일 뿐 꼭 수술을 해야 하는 건 아니고 통증이 없으면 그냥 살아도 되니 수술 여부를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라고 했다. 당장 째서 이상한 액체라는 걸 목에서 꺼내고 싶었지만 목에 흉터가 생기는 게 두려워 경과를 좀 두고 보자는 식으로 얘기를 했더니 의사가 하는 말이 담배를 끊고 살을 좀 빼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 몸이 건강해지면 이런 혹이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꽤 있다고.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두 가지를 동시에 끊으라니. 쳇!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불러 봤으나 아쉽게도 혹은 노래주머니가 아니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호흡이 가빠오며 기분이 더러워진다. 물론 고딩 때부터 셀 수도 없이 마시고 대학생 때는 술독에 빠져 지낸 적이 있기도 했지만 단 한 번도 술을 마시면서 '아! 맛있다!'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다들 마시니 따라 마셨다. 하지만 담배는 달랐다. 처음부터 담배를 좋아하게 될 줄 알았다. 뭐, 그때 만나던 날라리 여자애가 담배 피우는 모습이 멋있을 것 같다고 내 두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섹시하게 말해서 피우기 시작했지만 그 담배연기가 상징하는 고독함과 터프함이 너무 좋았다. 나의 헛헛한 가슴을 가득 채워주는 그 하얗고 구수한 연기. 담배 불을 붙이고 첫 모금을 빨아 '후'하고 내뱉는 즉시 몸에 퍼지는 니코틴의 짜릿함이 맛있었다. 그리고 아침 빈 속에 달달한 커피믹스나 카푸치노와 함께 땡기는 모닝 시가레트는 정말... 하! 천국이었다.
금연과 다이어트를 병행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보는 게 맞다. 마치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사내아이가 욕정의 노예가 되는 것처럼 일단 금연을 시작하면 하루 종일 음식 생각과 담배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그래서 처묵처묵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살이 찌게 된다. 그래서 금연을 시작하고 한 달만에 9 kg 나 쪘다. 이후 간헐적 단식과 빡센 운동을 병행한 지 45일 만에 겨우 금연 전 몸무게로 돌아온 거다. 뭐 보건소를 가면 무료로 니코틴 패치와 껌, 가글 등을 주긴 하지만 매주 거기까지 가기가 너무 귀찮은 데다 앉아서 흡연의 위험성에 대한 별 영양가 없는 설교를 매주 듣다 보면 오히려 담배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냥 보건소에 가서 이름만 대면 딱딱하게 사무적으로 니코틴 패치나 니코틴 껌을 나누어 주고 이후에는 집으로 니코틴 패치나 니코틴 껌을 보내주는 게 훨씬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흡연자에게 담배로 매년 최소 10조 원 이상의 세금을 걷고 있으니 금연의 의지가 있는 흡연자에게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정부가 세금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걱정한다면 말이다. 윤석열 각하께서는 멀쩡한 청와대도 버리고 내가 피웠던 담배값으로 수 조원을 들여 집무실을 토양오염이 심각한 용산으로 이전하겠다는데 흡연자에게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훗!
여하튼, 니코틴 껌이나 사탕이 금연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데 한국 약국에서는 또 그 가격이 아주 사악하다. 하지만 미국 코스트코에서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파는데 Q10 같은 해외 구매대행 온라인 상점에서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다. 배송도 결제 후 일주일이면 집에 도착한다. 금연이 이렇게까지 쉬운 일인지 몰랐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격대비 효과 만점이고 진작에 알았더라면 9 kg이나 살이 찌는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 물론 금연에 대한 심지 굳은 결심은 필수다. 금연은 결코 굳은 의지 없이 보조제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흡연은 마약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끔찍한 약물중독이다.
준비운동 | OK |
플랭크 | OK |
악력기 | OK |
스쿼트 | OK |
팔굽혀펴기 | OK |
슬로우 버피 | OK |
만보 걷기 | NO (귀 통증) |
16:8 간헐적 단식 | O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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