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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와 Match/인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58일차)

by 달성 2022. 5. 7.

강수연



나이를 먹어가다 보면 현실과 타협해야 되는 경우가 있다. 불의를 보고서도 참아야 하거나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고개를 숙여야 하는 일이 직업이 공무원이 아닌 이상 필연적으로 생긴다. 이런 경우 삶의 버팀목이 되는 문구나 문장이 한두 개 정도 가슴속에 들어와 박히기 마련인데 나 같은 경우 두 개의 문장이 많은 위안이 되었다. 하나는 폴 발레리가 말한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문장이고 두 번째는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말이다. 영화 베테랑에서 황정민이 부정한 동료 형사에게 뱉은 "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라는 이 대사에 대해 류승완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밝히길 술자리에서 강수연 배우가 건배사로 자주 하는 말에 감명을 받아 적어 두었다가 영화에서 인용했다고 한다. 솔직히 강수연이란 배우의 연기에 대해 잘 모른다. 청춘스케치라는 영화를 어린 나이에 보긴 했지만 그녀의 연기에 큰 감동을 받을 나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자주 했다던 말이 돌고 돌아 나 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 너무 이른 나이에 황망하게 떠나버린 고인이나 고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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