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 킬로미터.
항상 궁금했었다. 첫사랑이었던 그녀와 내가 손을 꼭 잡고 걸었던 거리가 얼마나 되었는지... 몇 시간이 단지 몇 분처럼 느껴졌던... 아카시아 꽃 향기와 그녀의 체취가 뒤섞여 아찔한, 그래서 발기한 상태로 그 먼 거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걸었다. 무슨 얘기를 했던 건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시시껄렁한 농담이 대부분이었겠지.) 그녀가 입고 있었던 브래지어 끈이 비치던 노란색 언더우드 남방과 내 손에 전해지던 그녀의 손바닥의 감촉, 어쩔 수 없이 발기해버려 어정쩡하게 걷던 나의 걸음걸이는 아직도 또렷이 기억난다.
그래. 8.7 킬로미터였구나. 대성학원을 나와 노량진 역을 거쳐 동작동 현충원, 총신대, 사당역을 거쳐 낙성대입구역까지.
당췌 유년기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가끔 이 때로는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카시아 꽃 향기와 소녀의 손바닥, 그리고 시스루로 비치는 하얀색 브래지어 끈. 모든 게 완벽했다. 뭐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는 얘기다.
말도 안 되는 거리를 사뿐히 걸었던 만큼 말도 안 되는 사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
준비운동 | OK |
플랭크 | OK |
악력기 | OK |
스쿼트 | OK |
팔굽혀펴기 | OK |
슬로우 버피 | OK |
만보 걷기 | OK |
16:8 간헐적 단식 | O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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