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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청취

다시 만난 세계 (16일차)

by 달성 2022. 3. 27.

 

누군가는 일요일에 짜파게티 요리사가 되는 게 루틴이겠지만 나는 토요일에 집안 청소하면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를 듣는 게 루틴인데, 청소를 하면서 다스뵈이다를 듣다가 어떤 한 이야기에 감동을 받고 주저앉아 한참을 훌쩍거렸다.

 

 

더쿠 개딸들의 다시 만난 세계

 

대선이 끝나고 정치를 멀리하고 싶었다. 매일 지기만 하는 민주당이 싫었다. 180석이나 떠먹여 줘도,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백날 외쳐도 등신같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민주당에 대해 실망했다. 그래서 사실 대통령 당선자가 주술에 빠져 수조원의 예산이 들 것이 뻔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하고 청와대에서 하루밤도 잘 수 없다고 개소리를 해대는 통탄스러운 현실에 대해 거의 대부분의 책임이 있는 기성세대 중 한 명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세상과 당분간 담을 쌓고 신경 끄고 신문기사조차 피하고 있었는데 소녀들이 갑자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민주당을 깨우고 있었다. 

 

내심 젊은 사람들을 깔보고 있었다. 그들은 현실 개혁 의지가 부족하고 불의에 대항하려는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목숨을 걸고, 자신의 미래를 걸고 부정부패한 세력들과 싸웠던 기성세대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예전 전두환같은 독재세력이 정권을 잡게 된다면 그들은 그저 입 닥치고 취업준비나 하고 있을 이기적인 세대라고 깔보고 있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 민중가요 학회를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한 질문이 "김광석이 부르는 노래는 민중가요인가요?" 였다. 그에 대한 당시 학회장의 대답은 김광석이 노찾사 시절 불렀던 노래는 민중가요가 맞지만 동물원이나 이후 솔로로 부른 노래는 민중가요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캐묻자 민중가요는 오랜 기간 투쟁의 산물이라는 둥, 민중가요는 투쟁하는 민중의 숨결이 흘러야 한다는 둥 거창한 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길래 그냥 귀를 닫아 버렸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이대 학내 경찰의 폭력진압 사태 때 '다시 만난 세계'가 등장하여 대통령의 탄핵까지 이어졌고 검찰청 앞에서 '조국수호, 검찰개혁'을 외칠 때도 어김없이 이 노래는 등장하게 되었다. 신선했다. '광야에서'나 '아침이슬', 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아니라 '다시 만난 세계'가 저항곡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들은 그들이 부딪힌 민망하고 음험한 어른들의 세계에 대해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라고 노래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희망이 없다고 했던 지난 나의 글은 틀렸다. No country for old men. 대한민국은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개딸들에게 감사한다.

 

 

 

 

 

준비운동 OK
플랭크 OK
악력기 OK
스쿼트 OK
팔굽혀펴기 OK
슬로우 버피 OK
만보 걷기 NO (청소때매 시간이 늦어짐)
16:8 간헐적 단식 OK

 

고추장 돼지고기 볶음
떡만두라면 + 만든지 몇 일 지난 유부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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