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수, 소수지만 행복한 소수, 우리는 형제 집단이야"
We few, we happy few, we band of brothers.
- 윌리엄 셰익스피어 '헨리 4세' 중
풀무원이 두부를 포장용기에 넣고 유통기한을 표시하여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에 슈퍼에서 판매되던 두부에 방부제 오남용을 막고 두부의 심각한 위생 수준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켰는데 이 시장이 커지자 CJ가 발을 담그고, 엔카나 K-Car 등 직영 중고차 시장이 커지자 현대차가 직영 중고차 시장에 발을 담그는 것처럼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하는 짓거리라는 게 세계 일류가 되기 위한 R&D는 쥐꼬리만큼 투자하면서 중소업체가 잘하고 있는 사업이나 특허권이 있으면 그걸 발전시킨다는 명목으로 핵심인력을 빼오거나 특허권을 강압적으로 헐값에 넘겨받는 방식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왔다. 역겹지?
축구계도 마찬가지. 레알 마드리드가 갈락티코라는 개소릴 해대며 대형 스타를 싹쓸이 영입해 대는 것도 꼴 보기 싫고, UEFA의 Financial Fair Play 규정을 꼼수로 비틀고는 오일머니를 등에 없고 끊임없이 현질을 해대는 맨체스터 시티도 역겹고, 네이마르 한 명을 영입하기 위해 2억 2천만 유로를 퍼붓고 음바페 한 명을 붙잡기 위해 signing fee를 1억 파운드, 주급을 100만 파운드나 질러대는 PSG 같은 구단들을 경멸한다. 이런 구조에선 중소구단들은 결국 유소년을 키워내서 큰 구단에 공급하는 공장으로 전락하게 될 뿐이다.
그나마 EPL이 세계 최고의 리그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EPL 출범 당시 리버풀, 맨유, 아스날, 에버튼, 토트넘 당시 빅 5 구단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계권료를 모든 구단에 균등 분배해서 하위권 구단도 상당한 금액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었고, 이를 통해 괜찮은 선수들을 영입하여 하위권 구단들이 현 빅 6 구단들과도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이게 전체 리그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게 되고 이런 시스템이 다시 중계권료 상승을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UEFA라는 조직이 썩어 문드러져 있다는 사실에 동감함에도 불구하고 레알 마드리드의 페레즈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슈퍼리그의 창설에 반대한다. 라리가도 중계권료를 균등 분배하면 리그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고 결국엔 EPL처럼 더 많은 돈이 레알이나 바르사에 유입될 수 있다. 명백한 사실인데 안 한다. 왜? 레알과 바르사의 근시안적인 탐욕 때문에.
자, 꼴 보기 싫은 레알 마드리드와 사랑하는 리버풀이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만났다. 오직 이 한 경기를 보기 위해 11,500원을 내고 SPOTV를 한 달 연장해야 했다. 도저히 질 것 같지 않았으나 결과는 1:0 리버풀의 패.
혹자는 선수비 후역습 안첼로티 전술의 승리라는 둥, 리버풀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가 원인이라는 둥 말이 많지만 리버풀 패배의 원인은 딱 한 가지뿐이다. 쿠르투아의 미친 선방. 물론 알렉산더 아놀드의 수비 실수도 문제였고 전반적인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 등도 경미한 원인일 수 있으나 리버풀은 원래 많은 수비적인 불안을 안은 채 플레이하고 그 불안을 날카로운 공격으로 상쇄시키는 팀이다. 그런데 상대편 골키퍼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이런 식으로 말도 안 되는 세이브를 해버리면 그건 요행에 가까운 일이지만 경기는 끝이라고 봐야 한다.
한 명의 플레이어가 지배하는 경기는 따분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건 메시에게만 의존했던 지난 시즌까지의 바르셀로나의 축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분하다. 돈으로 승부를 사고자 하는 팀의 대명사같은 팀에게 졌다.
시즌 | 감독 | EPL 순위 | Champions League 순위 |
2010/11 | Roy Hodgson / Kenny Dalglish | 6위 | 참가자격 없음 |
2011/12 | Kenny Dalglish | 8위 | 참가자격 없음 |
2012/13 | Brendan Rodgers | 7위 | 참가자격 없음 |
2013/14 | Brendan Rodgers | 2위 | 참가자격 없음 |
2014/15 | Brendan Rodgers | 6위 | 32강 |
2015/16 | Brendan Rodgers / Jürgen Klopp | 8위 | 참가자격 없음 |
2016/17 | Jürgen Klopp | 4위 | 참가자격 없음 |
2017/18 | Jürgen Klopp | 4위 | 준우승 |
2018/19 | Jürgen Klopp | 2위 | 우승 |
2019/20 | Jürgen Klopp | 1위 | 16강 |
2020/21 | Jürgen Klopp | 3위 | 4강 |
2021/22 | Jürgen Klopp | 2위 | 준우승 |
하지만 우리에겐 2026년까지 클롭이 있다. 내년을 기대해 본다.
준비운동 | OK |
플랭크 | OK |
악력기 | OK |
스쿼트 | OK |
팔굽혀펴기 | OK |
슬로우 버피 | OK |
만보 걷기 | NO (더워서 잘 안하게 되네?) |
16:8 간헐적 단식 | O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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